혜화국민학교2 학생 되다 세살 위의 작은 누나마저 학교에 들어가고나니 아침을 먹고난 오전시간이 갑자기 조용하게 다가왔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들릴 정도의 조용함 이었다. 물론 간간이 어머니의 설거지소리 청소나 빨래하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였지만 모두가 학교에 가고 혼자 집에 남은 나는 극심한 소외감을 느꼈다. 무리에서 따돌려진 외톨이의 느낌 이었고 그것은 일종의 두려움 이기도 하였다. 나도 빨리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어머니를 졸랐다. 아버지의 얼굴은 일요일에 낮잠을 주무시는 안방에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들어갔을 때 겨우 뵐 수 있었으므로 아버지께 직접 말씀드릴 계제는 아니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여덟살이 되어야 학교에 갈 수 있다며 그대신 누나들을 다그쳐 일종의 가내제작 학습지 같은 것을 만들게 하셨다. 감히 어머니에게 저항.. 2020. 8. 21. 혜화국민학교 여덟살이 되면서 학교에 들어갔다. 형과 누나가 학교에 가면 조용한 집에 혼자 남아 뒹굴며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하던 나도 학교에 갈 때가 된것이다. 유치원은 부자집 아이들이나 다니던 시절이었으므로 우리집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찍 깨우친 나는 일곱살이 되었을 때 유치원을 보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섯 명의 형과 누나 아무도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 이었을 것이다. 형과 누나들은 모두 성북국민학교를 졸업했거나 다니고 있었다. 물론 우리집이 성북동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혜화국민학교에 입학시켰다. 어머니가 막내 아들인 나를 굳이 학군을 위반해가며 옆동네의 학교에 보낸 것은 혜화국민학교가 서울에서도 몇손가락 안에 꼽는 중학교 진학의 명문 이었기 때문 이었.. 2020. 8. 7. 이전 1 다음